다음은 이렇게 이어진다: 말씀에 기록된 당신의 순종의 길 가운데…정말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제 삶에서 열려서…온전히…온전히 당신을 따르도록 해주세요.
가장 캄캄한 새벽녘에 왜 이 이미지를 저장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 다가올 모든 게 두려워서, 불안해서, 막막해서 도망치기 위해 연신 스크롤을 내리다가 멈춰버렸던 게 아닐까 싶다. 도통 모를 사람들과, 결과는커녕 과정도 아리송한 2박3일을 보내야 했으므로. 재난 같은 두려움에 지고 싶지 않아서, 정확히 말하면 두려움이 해일처럼 덮친 순간 초래될 무언가를 알고 싶지 않아서 하나님을 연거푸 찾아댔다. 그럼 그는 내게 답을 줬다. 부드럽고 또렷한 음성, 지나가면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한 속삭임으로.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받지 못하느니라(마 6:1)", "나로 하여금 주의 계명들의 길로 행하게 하소서 내가 이를 즐거워함이니이다(시 119:35), "소망 중에 즐거워하며 환난 중에 참으며 기도에 항상 힘쓰며(롬 12:12)".
22일과 23일 본 메시지들. 로마서 말씀이 가장 위로가 됐다. "우리가 함께 여행하는 길"이라고 해줬기 때문이다. 꾸역꾸역 가는 길이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응당 권리를 받았으니 의무를 행해야 한다는 명령과 지시로 이뤄진 길이 아니라, 기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건과 사고를 마주해도 시트콤 에피소드 같아, 홀가분하게 웃어버리고 다시 갈 길 갈 수 있는 길이라 해줘서.
그렇게 맑은 날 아침, 열 명이 모였다. 기꺼이 와준 사람들이었다. 앤은 이튿날 오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색함과 들뜸 속에서 소개와 근황을 나누며 출발했다. 일정은 빡세다면 빡세고, 헐겁다면 헐거운 수준이었다.
첫째 날: 고성과 속초에 들러 현장이 어떤지 확인하고, 인근 교회에 들러 현황과 필요에 관해 물어보기.
둘째 날: 홍대 예배팀 '수상한 거리'를 방문해 가장 (세속적으로) 핫한 도시에서 어떻게 문화 선교를 펼치고 있는지 인터뷰하고, 경기도 화성으로 넘어가 지역 사회 안에서 어떤 식으로 사람과 사회를 섬기고 복음을 전하는지 알아보기.
사이마다 회의와 나눔이 있었다. 밤에도 우리는 예배를 드리고 나눔이 녹아 들어간 토론과 회의를, 여러 시간에 걸쳐 했다. 그 와중에 밤바다 보겠다며 몰래 빠져나가 춤추며 만끽한 순간이 있었고, 꼽등이에 시달려 다시는 여름 예닮원에 방문하지 않겠다 결심하게 한 날도 있었다. 모든 날이 어쩜 그렇게 다채로웠을까. 물론 처음은, 그러니까 고성과 속초가 새까맣게 탄 현장을 처음 목격한 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날을 굳이 표현하자면 참담, 밖에 없다.
실로 그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