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는 이렇게 책을 소개해: 평범한 고등학생 ‘나인’이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숲의 속삭임을 따라 우연히 2년 전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나인은 친구 미래, 현재, 승택과 함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소개만 봐도 알겠지만 주인공은 혼자 모든 걸 헤쳐 나가지 않아(못한다고 하는 게 맞겠지). 처음부터, 나인은 돌봄과 용납, 신뢰와 애정을 두르고 펼쳐진 사건을 좇지. 그 애는 엄청난 능력이나 무력, 지혜나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아. 식물의 목소릴 듣고 태권도를 하지만 내 주변에 있을 법한 고등학생이야. 그래서 자기 앞에 뚝 떨어진 무시무시한 사건과 갑작스러운 정체성에 아주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힘들어해. 그리고 혼자 알아내려 하고, 숨기려 들고, 해결하려 들었지. 사실 그 과정마저도 누군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완벽히 '혼자'라 말할 순 없겠지만, 우리 모두 그런 적이 있었고 있잖아. 모든 게 나 혼자 있어선 발생하지 않을 일인데도, '내게' 벌어진 거기 때문에 '내가' 해결해야 한다…하는 마음과 생각. 나인의 그런 마음과 행동은 그 사건과 정체성 밝히기란 큰 두 갈래를 헤치고 가면서 조금씩 바뀌게 돼. 물론 처음에 말했듯 자신도 태어나면서부터 받았던 여러 돌봄들, 애정들, 용납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던 걸 머리로 다시 깨달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인이 마침내 자기 비밀을 친구들에게 털어놨던 대목이야. 친구들, 그러니까 미래와 현재는 비밀을 듣고 각자 다르지만 확실한 신뢰를 보내줘. 친구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나는 이 부분에서 되게 뭉클했어. 과하게 반응하지도,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게, 너는 그냥 너 자체고 존재라 말해주는 표현이 참 멋있고 좋았거든. 내가 누군가에게 용납된 만큼, 나도 누군가를, 타인을 그만큼 용납할 수 있을까? 자문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 후로 나인은 친구들과 사건을 해결해. 친구들뿐 아니라 친구들과 얽힌 사람들과 함께. 그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서로에게 끼치며 사건을 풀어나가지. 까마득해 보이고 달걀로 바위 깨기 격이었는데도 끝끝내 풀어내. 그리고 친구들, 미래와 현재, 승택과 어른들은 각자에게 마련된 길을 걸어가. 독자적이지만 결코 독자적이지 않은 길을.
어른이 됐다는 이유로 서로의 다름으로 인정하고는 그렇게 벽 너머에 있게 된다면. 하지만 그건 함께 있어도 생기는 자연스러운 장벽이라는 걸 나인은 아직 몰랐고, 장벽이 있다 하더라도 함께 같은 길을 가는 것은 변함없다는 것(...)
저번 주에 뉴욕 여행기를 마치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거든. 챙김 받으면서 문득 이 책이 딱 떠올랐어. 용납,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위해 틈을 내어주고 문을 열어준 덕분에 나는 수많은 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살아왔구나. 혼자 사니까 더 뼈저리게 느낀 거기도 해. 혼자 산다고 했지만 사실은 도움과 배려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진 않아도) 엄청 어려웠겠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이런 말을 했어: 누구도 혼자 성공할 수 없다. |